경북 경주 요양원장 편지 살인 사건

 

2020년 9월 중순, 경북 경주에 있는 살인 사건 피해자 유족의 집에 편지 한 통이 배달되었습니다.

겉봉에는 경주구치소에서 수감 중인 가해자 A(62)씨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봉투를 열어 편지글을 읽은 피해자 B(67)씨 유족들은 두려움에 온몸을 떨었습니다.

 

“우선 재판장에게 나를 용서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고 기다려라”

“그럼 나중에 감사 인사 하러 가겠다”

“국내, 해외 어디로 이사 가든 반드시 찾아갈 수 있다”

추신에는 편지 수취인이자 A씨가 살해한 피해자 장남과 며느리 부부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난 (두 사람의) 주민번호를 알고 있다”라는 문장으로 편지글은 끝났습니다.

 

A씨가 보낸 또 다른 편지에는 “심부름센터 등 흥신소를 이용해 찾아가겠다”는 협박글이 있었습니다.

이 같은 협박 편지는 총 3차례 배달되었습니다.

 

A씨와 살해된 B씨에겐 어떤 악연이 있었을까요?

요양원장은 흉기에 수십 차례나 찔렸습니다.

 

 

지난 14일 대구지법 형사12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습니다.

 

특별한 직업이 없는 A씨는 지난해 7월 28일 경북 경주의 한 요양원 입구에서 요양원장 B씨를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습니다. 

비극은 B원장이 A씨에게 거액을 빌리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2015년 B원장은 요양원 경영 사정이 악화되자 요양원 입소자의 아들인 A씨에게 총 5억 7300만원을 빌렸습니다.

A씨가 아버지 사망 후 상속 받은 유산이었습니다.

A씨는 B원장에게 돈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자신을 요양원 직원으로 고용할 것을 내걸었습니다.

매달 이자와 월급을 각각 지급해 달라고 했습니다.

 

원금은 2020년 1월까지 갚아야 한다고 요구했구요.

B 원장은 A씨에게 이자와 월급을 제 때 지급하지 못했습니다.

B원장 유족 측은 “여전히 경영 사정이 어려워 돈을 마련하기 어려웠다”며 “채용된 A씨가 태업을 일삼았고, 요양원에 봉사하러 온 학생들에게 욕설을 하는 등 민원이 지속적으로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0년 2~3월부터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요양원 경영이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A씨는 B원장이 돈을 갚을 의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2020년 6월, A씨는 B원장을 살해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5년간 쌓인 채권·채무 악연이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순간이였습니다.

A씨는 서울에서 흉기 2개와 가스총 등 범행 도구를 구입했습니다.

경주로 돌아온 뒤에는 요양원 주변을 답사했구요.

 

요양원 문이 열리는 시간, B원장과 아들의 출근 시간과 동선을 파악했습니다.

사건 당일 오전, A씨는 요양원 앞에 차를 주차하고 B원장을 기다렸습니다.

B원장이 요양원 출입문을 열고 출근하자 “요양원 통장 내역과 입소 계약서를 내놓으라”고 요구했습니다.

 

B원장이 이를 무시하자 A씨는 품에 감춰둔 가스총을 발사한 뒤 흉기를 꺼내 B원장을 공격했습니다.

B원장이 비틀거리며 피하려 했지만, 공격은 계속되었습니다.

A씨가 양손에 쥔 흉기 두 자루로 B원장을 찌른 횟수는 무려 31차례나 됩니다.

 

공격은 얼굴과 목 등에 집중되었구요.

A씨는 재판정에서 변호인을 통해 “한 번 찌른 뒤부턴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박사 과정까지 밟았던 A씨가 범죄자로 전락하는 순간이었습니다.

 

14일 대구지법 재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하며 “피고인은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로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유족에게 피고인을 용서한다는 탄원서를 요청하고, 찾아가겠다는 협박 편지를 보내는 등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점을 감안해 엄벌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A씨 변호인 측은 “피고인은 거액을 빌려줬지만 이자와 원금을 받지 못하게 되자 요양원을 경매에 넘기려고 했지만 피해자 요청으로 이를 중단했다”면서 “이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고 망상에 시달리다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음주 운전과 무면허 운전으로 인한 벌금 이외에 형사 처벌을 받은 적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해 달라”고 했습니다.

A씨는 재판정에서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평생을 반성하며 살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A씨는 사건 당일 자수했고, 재판부에도 두 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하며 선처를 요구했습니다.

B원장 유족 측은 “A씨 추가 범행이 두렵다”고 했습니다.

A씨가 B원장 장남에게 “반드시 찾아가겠다”는 편지를 쓴 날은 반성문을 제출한 지 불과 6일 뒤였습니다.

 

협박 편지 보내기를 멈춘 시점은 유족이 제출한 편지를 본 판사가 주의를 준 뒤였습니다.

 

 

B원장 유족은 “자수를 한 것도, 반성한다는 것도 모두 어떻게든 형량을 줄여보기 위한 것이 아닌 지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돈은 절대로 빌려주면 안됩니다.

빌려주는 순간 내 돈이 아니게 됩니다.

 

많은 돈을 빌려주고 이자는 커녕 월급도 제대로 못받고 변제도 못받았으니 열불이 났을 것입니다.

그래도 사람을 그렇게 흉기로 찌르면 안됩니다.

 

1번도 아니고 31차례.. 우발적이 아니라 계획적..

하지만 돈 빌려서 안준것도 매우 나쁜 행동입니다. 남의 피같은 돈인데 말이죠.

 

돈이란 것은 앉아서 주고 서서 받는다고 했습니다.

5억이란 큰 돈이 내 수중에 있을 때만 내것이고 남의 손으로 넘어 간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

 

정말 안타까운 사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