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광주, 화순 PC방 노예사건 충격

사회뉴스|2021. 6. 23. 17:07

 

2016년 10월 당시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A씨(당시 21세)는 지인인 한 여학생으로부터 '자신이일했던 PC방이 있는데 일해보지 않겠냐'며 일자리를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근무한 지 약 한달이 지났을 무렵 업주는 A씨에게 매니저 직책을 준 뒤 계속 같이 일을 해보자며 공동 사업자 계약서를 내밀었습니다.

함께 사업을 하는 만큼 투자도 해야한다는 명목으로 '가짜' 차용증도 쓰게 했습니다.

돈이 필요하지도, 그 돈을 실제로 받지도 않았지만 A씨에겐 6000만원의 빚이 생겼습니다.

꼼꼼히 읽어보고 서명을 하고 싶다는 말도 했지만 업주는 "일이 바쁘니 얼른 사인이나 하라"며 종용했고 계약서와 차용증 사본을 받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작성한 서류들은 A씨에게 '노예 족쇄'로 통했다. 업주는 "함께 힘을 모아 성공해야 한다"며 A씨를 '강제 합숙' 시켰습니다.

전남 화순 한 아파트에 마련된 합숙소. 

합숙소라는 이름의 그곳은 '노예 수용시설'이 되었습니다.

 

이윽고 A씨 외에도 5명의 피해자가 들어왔습니다.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직접 찾아온 피해자부터 군 제대 후 스카우트를 받은 피해자, A씨처럼 여학생에게 일자리를 소개받은 피해자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업주의 강요와 회유에 의해 '공동 사업자 계약서'와 몇백만원~몇억원까지의 '가짜 차용증'을 쓴 뒤였습니다.

피해자들은 2교대로 근무했습니다.

업주가 운영하는 PC방은 전남 화순 4곳과 광주 5개 자치구 9곳으로 총 13곳이입니다.

 

몇 매장은 아르바이트를 채용했지만, 대부분 매장은 피해자들이 오전·오후로 나뉘어 일을 해야 했습니다.

하루 평균 14~16시간의 엄청난 업무량을 소화했습니다.

휴식 시간으로 허락된 것은 단 6시간. 

그마저도 매출이 적은 날은 잘 시간도 없이 폭행당하는 데에 시간을 전부 보내야만 했습니다.

업주는 매일 아침 '매출 기준치'를 보낸 뒤 그를 채우지 못하면 온갖 트집을 잡아 폭행했습니다.

'코털이 보여서' '목소리가 걸걸해서' '태도가 불량해서' 등 이유였습니다.

폭행에는 주먹과 발길질부터 야구 방망이 등 무기가 동원되었습니다.

어떤 날은 주방 칼을 목에 댄 뒤 "죽이겠다"고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지속되는 폭행에 A씨는 후천적으로 귀가 변형됐고 또 다른 피해자인 B씨는 엉덩이를 300~400대 맞아 피부가 괴사했습니다. C씨에게는 '네가 만든 밥은 개똥 맛'이라며 자신이 키우던 개의 대변을 먹으라고 강요한 뒤 이를 거부하자 옷걸이가 부러질 때까지 폭행했습니다.

 

 



업주는 함께 합숙소에서 생활하며 시시각각 피해자들을 감시했습니다.

부모님에게 연락을 시도하려다 걸린 한 피해자는 "그날 정말 죽도록 맞았다"고 회상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업주에게 매일 수시로 휴대폰 검사를 당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수상한 짓'을 하다가 발각되면 그날로 기존 휴대폰은 압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대신 폴더폰을 받았습니다.

또 코로나19로 PC방의 고정 매출이 떨어지자 강제로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시키기도 했습니다.

 

 

20대의 건장한 청년 6명이 업주에게 대항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피해자들은 전부 입을 모아 "그곳은 살아있는 지옥이었다. 그는 악마였고 그 존재 자체가 무섭고 두려웠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합숙소에 금고가 하나 있다. 하루는 그 금고를 열어서 보여줬는데 5만원 짜리 돈다발이 잔뜩 들어 있었다"며 "그가 '이 돈으로 청부살인을 해 너와 부모를 다 죽이겠다'고 협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지만 마음을 바꿨다는 D씨는 "업주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네가 혼자서 뭘 하겠냐. 나는 법을 잘 알아서 200만원 내면 폭행으로 풀린다'고 말했다"며 "'너를 무고죄로 신고할 거다. 민사까지 가보자. 나는 돈 많은데 넌 할 수 있냐'고 협박했다"고 덧붙엿습니다.

D씨는 결국 경찰서에 도로 찾아가 "내가 정신 착란을 일으켰던 것 같다. 이런 일은 없다"고 설명한 뒤 다시 합숙소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피부 괴사, 실명 위험 등으로 병원을 찾았던 피해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들은 '술 마시고 혼자 다쳤다'고 거짓말을 한 뒤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업주는 입원했던 피해자를 하루 3번씩 찾아와 감시했고 '보험금을 타오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6명이 함께 힘을 모을 수도 없었습니다. 업주가 서로에게 서로를 감시하게 해 신뢰 관계를 무너뜨렸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들은 PC방에 출근하면 전날 근무자의 태도를 폐쇄회로(CC)TV로 지켜봤습니다.

카메라에 5분 이상 찍히지 않는다든가 딴짓을 하면 업주에게 보고했습니다.

매일 사소한 것까지 보고하라고 했고 체계가 무너지면 다시 폭행이 이어졌습니다.

피해자들은 이를 '내가 맞지 않으려면 다른 사람을 고발해야 하는 체계'라고 설명했습니다.

서로 믿지 못하니 합심해서 업주에게 대항하거나 도망칠 생각은 더더욱 할 수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도망가자"고 말했다가 보고 당한다면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지난 4월 말. 피해자 중 1명이 야간 업무를 마치고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그는 지난 피해를 부모님께 알렸고 이후 경찰이 업주를 긴급 체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당시를 회상하던 피해자 D씨는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 시도를 여러 번 했다"며 "가스를 마시거나 건물에서 떨어진 적도 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고 눈물 지었습니다.

그는 "우리 집은 형편이 좋지 않다. 아무리 '가짜 차용증'이라도 빚을 갚거나 변호사를 사서 대응할 수 없으니 차라리 사망 보험금으로 어머니가 편하게 살기를 바라서 죽으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집에도 잘 들어오지 않고 연락이 안 되니 '뭔가 이상하다'는 눈치는 챘지만 그럴 때마다 '일이 잘되고 있다', '바빠서 그렇다'고 설명해 따져 묻지 못했다"며 "나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다"고 한탄했습니다.

 

 

 

 

또 다른 부모는 "현재 경찰은 업주를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고 있다"며 "주거지가 확실해 도주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로 구속 영장이 2번이나 기각됐다. 그 사이 업주는 매장을 넘기는 등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주거지가 곧 범행 장소인데 그것이 말이 되냐"며 "수사가 진척이 없다. 증거가 없다는 것이 이유인데 휴대폰을 뺏기고 감금·협박을 당했던 아이들에게 어떤 증거가 있겠냐"고 분노했습니다.

피해자 A씨는 "업주의 인맥과 돈으로 수사가 늦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경찰에 발각됐던 날도 업주는 '곧 경찰이 올 것'이라며 다른 곳으로 우리를 빼돌리려 했다"며 "누군가에게 연락을 받은 게 분명하다. 평소에도 '친한 친구가 경찰이다'고 자주 말했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폭행 사실을 감추는 법' 등을 물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속 영장이 기각된 것에도 상대방 측 변호사의 전관예우가 적용됐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했습니다.

 

 



C씨는 "듣기로는 상대 변호사가 판사 생활을 지낸 사람이라고 하더라"며 "검사와 친분이 있어 영장을 기각하고 수사를 진척시키는 것 같다. 6명의 청년의 삶을 바꿔버린 사건인 만큼 정직한 수사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합의를 하고 끝낼 수도 있지만 제2의, 제3의 피해자를 만들고 싶지 않아 계속 싸우고 있다"며 "혹시라도 업주가 무혐의를 받아 또 우리 같은 사회초년생들을 노예로 삼으면 어떡하냐"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어 "사건이 공론화돼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다시는 청년들이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인권을 유린당하는 충격적이고 끔찍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현재 피해자들은 한 상담센터에 머물며 외상과 심리 치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피해자 가족은 매일 오전 8시30분~9시30분, 오후 6~7시 등 1시간씩 두 차례에 걸쳐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철저한 구속수사와 엄벌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 중입니다.

 

전라도 신안군 염전 섬노예는 섬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노예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번에는 도시 한복판에서 노예 사건이 일어나 더욱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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